강원용, 김창인, 조용기 목사 등 내가 잘못했습니다 회개
한복협주최, 구체적 죄책 고백 부족으로 이벤트성 지적도
“배고픈 사람 헐벗은 사람을 입술로만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이중적으로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아 부끄럽습니다. 사회가 고통 당하고 무너져 갈 때 사회의 부정과 악에 대해 무관심하고 침묵했던 비겁함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40년 동안 사회적·종교간 대화운동을 하면서 정작 기독교 안의 대화운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교회 안에 참된 대화와 화해와 협력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면 오늘 분열되고 대립하는 개신교 상황이 훨씬 달라졌을 것입니다.”
조용기(여의도순복음교회) 강원용 목사(경동교회 원로) 등 교계 원로급 지도자들이 공개적인 회개의 자리에 서서 털어놓은 고백들이다.
‘제가 잘못했습니다'란 주제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회장 김명혁 목사)가 지난 8일 오전 7시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김명혁 목사)에서 개최한 회개기도회에는 4백여 명의 교계 목회자·평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개기도회에서 이같이 회개했다.
이날 기도회에서 조용기 목사와 강원용 목사는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 통회하며 자신이 신앙을 올바로 실천하는 목회자로 살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고백했다. 그리고 김창인 목사(충현교회 원로)는 과거 일제 신사참배한 교단에 대해 ‘마귀당'이라고 비난하며 더럽다고 밥도 같이 먹지 않겠다고 했던 ‘교만'을 죄로 고백했다.
이들은 각각 15분 씩 주어진 발표에서 평생동안 회개할 게 너무 많다는 멘트를 시작으로 다소 엄숙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기도회에서 회개자로 등단한 강원용 목사는 “내가 90년 동안 살면서 잘못한 것을 줄여도 책 한 권에 다 담지 못한다”는 말로 회개 고백을 시작했다.
강 목사는 한국교회의 분열에 대한 책임을 가장 큰 회개 주제로 꼽았다. 그는 “마르틴 루터는 독일에서, 존 웨슬리는 영국, 칼빈은 스위스에서 일으켰던 종교개혁은 각각 그 시대와 지역마다 특성이 있는데, 20세기 한국 땅에서는 이것을 고착화시켜 장로교·감리교 등으로 분열된 채 나만 옳은 것인 양 대립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또 “5·16 군사혁명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많은 고민을 하다가, 이 사회에서 서로 대립된 사람들을 화해시키기 위한 대화나 종교간 대화운동을 40년 동안 전개해왔다”고 회상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우리 기독교 안의 대화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더라면 오늘 기독교 상황이 상당히 달라지지 않았겠나”는 회한을 담은 말을 남겼다.
이어 조용기 목사는 스스로를 “70년 평생 살아온 생을 돌아보니 죄밖에 없는 죄인 괴수”라고 반성했다. 또 △값싼 은혜를 누리고 살았던 점 △말로만 사랑하고 진실로 행하지 못한 점 △이웃과 사회에 대해 무관심하게 살았던 것 등을 통회한다고 밝혔다.
조 목사는 “테레사 수녀나 슈바이쩌 박사와 같이 자기를 희생하고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한 저들에 비해 나는 이중적으로 살았다”면서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았던 것이 부끄럽다”고 뉘우쳤다.
또 “예수 잘 믿고 십일조 드리고 성례 집행하고 주님 뜻대로 잘 살면 됐지 이웃의 고난에 동참하는 일을 하지 못했다”면서 “이웃의 고난에 가끔 참여했지만 그것은 형식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창인 목사는 60년 동안의 목회인생을 돌아보며 크게 두 가지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가 밝히 첫 번째 죄는 해방 후 재건교단에서 일본에 정복당했던 교회를 다시 세우는 과정에서 신사참배한 교회를 향해 “저들은 귀신에게 절했으니 마귀당”이라고 선언했던 것이다.
김 목사는 “저들은 더러우니 밥도 같이 먹지 말자'고 할 정도로 교만했다”면서 “제가 함부로 말하고 욕했던 것 들으신 분들은 용서해주시기 바란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기도회를 인도하던 김명혁 목사는 강원용 목사를 향해 “유학 후 한국에 들어왔을 때 강 목사를 비판한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스스로 고백하기도 했다.
이날 발표회는 참석자들이 대개 눈물을 흘리는 등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이날 참석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구체적인 죄고백과 아울러 회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앞으로의 약속이 부족해 이벤트성 기도회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기독평론신문 제40호)
2005-04-23
